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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내게 온 물物과 노닐다, 2025 5~7  

내게 온 물(物)과 노닐다:

소통으로서의 아티스츠 북(artist’s book as communication)

작년 봄 정원에 유리로 지은 ‘유사화실’에서 오래된 편지들을 꺼내 놀았습니다. 그러다가 5평 남짓 차고를 고친 ‘눈메그리는차고’에서 ≪천개의 편지≫로 오픈 전시를 했습니다. 이후 다시 봄이 왔어요. 정말 봄이 왔어요. 새싹들이 잘 자라면 좋겠습니다(사진1).

 제 책은 전시를 통하여 나눈 그림들과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다시 또 소통하고 나누고자 만들어집니다. 2010년 10월에 부산 보수동 책방 문화관에서 ≪신현경의 아티스트 북≫을 선보인 이래 작년 겨울에 ≪점 하나, 이제 시작합니다≫ 전 1층 가운데에 백여권의 아티스츠 북을 내놓았습니다. 올 해는 주로 30여년전 복사아트를 할 당시 아티스츠 북을 만들고 남아 있던 이미지들을 꺼내어 그 이미지에 맞추어 새로이 옷을 입혔습니다. 그리고 10권 정도의 아티스츠 북으로 복사본을 추가하고, 엄마의 귀천 후 만들기 시작했던 『엄마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』 시리즈 5권과 지난 ≪점 하나 이제 시작합니다≫ 전시를 아티스츠 북으로 만들어 내놓았습니다. 차고 윗 층에 있는 유사화실 구석 구석은 눈메그리는책방 구실도 하고 있습니다. 그 곳에 지난 ‘점 하나’ 전에 펼쳤던 아티스츠 북도 다시 전시합니다.

이 점에서 시작한 선은 선이 아닙니다. 선이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납니다(석도의 일획론). 내게 온 물(物)입니다.

저는 내게 온 물物들을 거의 재활용합니다. 제가 만든 이미지들이 다양한 곳에서 전시하고 카다로그 형태로 인쇄되어 남겨진 사진물物들을 오려내어 조립해보며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, 역기 위하여 꿰맵니다. 작은 이미지들은 카드나 명함 또한 노트북을 만들 때 재활용하여 나누어 주기도 했어요. 대부분 트레이싱지와[1] 가지고 있던 종이를 활용합니다. 간혹 연습했던 화선지를 물에 불려, 이겨서, 눌러, 물기를 빼어 두터운 종이로 만들어 아티스츠 북 겉표지로 재활용합니다.

그래서 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. 누군가를 만나 어딘가로 가서 새로운 이미지가 되어 사랑받으면 좋겠습니다.

올해는 정말 조그만 정원에 큰 나무 세 그루가 특히 풍성한 봄을 보여줍니다. 드디어 음식물을 발효시켜 그것을 주기 시작한 땅들이 즐거운 모양입니다. 한 쪽 정원에 깐 돌 틈 사이에 자라나는 잡초도 뽑지 않아 숲을 이룬 듯합니다. 지렁이도 굼벵이도 보입니다. 이 풍경과 함께 넝쿨 장미의 초록 봉우리들이 꽃으로 피기 시작합니다. 장미 꽃이 만발할 때 숲길 산책에서 데려와 손녀가 장미라고 이름 지어준 수줍은 양이도 함께 해요. 제 책 속 그림들과 이야기들, 그리고 백사실 계곡에서 불어와 ‘눈메그리는차고’에 머무는 바람 속에서 함께 흐르듯 그냥 놀아보면 어떨까요?

25년 봄 유사 신현경

 

[1] 트레이싱지는 미네소타에서 공부할 때 책방에서 세일중에 건진 묶음으로 미국과 한국, 서울 부산으로 이사하면서도 30년 이상을 함께 하고 있었네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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